건강과학

배터리 연결 방식 가리지 않는 ‘건강 진단 AI’ 등장…전기차·ESS 안전성 판도 바꾼다

UNIST 연구진, 재학습 필요 없는 범용 배터리 진단 기술 개발…폭발 위험·잔존 수명 동시 예측

 

배터리 연결 방식이 달라져도 별도의 재학습 없이 다양한 배터리의 잔존 수명과 폭발 위험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산으로 배터리 안전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현장 적용성을 대폭 높인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김동혁·최윤석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배터리 연결 구조가 달라져도 추가 학습 없이 적용 가능한 ‘배터리 건강 진단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기술은 직렬·병렬 등 배터리 팩 구성 방식이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학습해야 했던 기존 AI 진단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배터리 상태 진단 AI는 특정 연결 구조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최적화돼 있어, 배터리 팩 설계가 달라지면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제조사나 ESS 운영사는 시스템 구조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재학습과 검증을 반복해야 했고, 이는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직결됐다.

 

UNIST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단위(cell-level)의 핵심 물리·화학적 특성을 중심으로 진단 구조를 재설계했다. 배터리 연결 방식에서 발생하는 전압·전류 분포 차이를 직접 학습하는 대신, 배터리 내부 열화 메커니즘과 이상 신호를 추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연결 구조 변화에 따른 데이터 편차를 AI가 자동으로 보정하도록 설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배터리 잔존 수명(State of Health) 예측뿐 아니라, 열폭주 가능성 등 폭발 위험 징후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성능 저하 예측을 넘어 안전 관리 영역까지 AI 활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다. 실제 실험에서 모델은 서로 다른 연결 구조를 가진 배터리 팩에서도 높은 진단 정확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전기차와 ESS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차종별·모델별로 상이한 배터리 팩 구조를 하나의 AI 모델로 관리할 수 있어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ESS 분야에서도 설치 환경과 시스템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배터리 구성 문제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외적으로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전 진단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2026년을 전후로 글로벌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안전성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이번 기술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직접 탑재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다.

 

연구를 이끈 김동혁 교수는 “배터리 연결 구조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AI 진단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실제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제시했다”며 “향후 대규모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관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교수 역시 “AI 기반 진단 기술이 배터리 설계와 운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UNIST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제조사 및 에너지 기업과의 공동 실증을 추진하는 한편, 산업 표준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안전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제시한 이번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국e마케팅저널 조경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