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초저가·명품으로 쏠리는 소비…중간 가격대 설 자리 잃어

고물가·소득 격차 확대 속 유통업계 전략도 양극화 가속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소비시장이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층은 초저가 상품으로 이동하고, 자산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명품과 프리미엄 소비를 지속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며, 한때 시장의 중심이던 중간 가격대 소비는 점차 위축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1,000~5,000원 균일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을 일부 점포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한 달 만에 목표 매출의 3~5배를 기록했다. 롯데마트 역시 6,000원대 피자, 1,000원대 간편식 등 초저가 PB 상품을 전 점포로 확대했다. 지난해 ‘가성비 치킨’ 경쟁으로 시작된 가격 인하 흐름이 간편식과 생활용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CU의 초저가 PB ‘득템시리즈’는 990원 즉석밥, 500원 안팎의 라면 등을 앞세워 출시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넘어섰다. GS25의 ‘리얼프라이스’ 역시 100여 종이 넘는 상품군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3사의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저가 상품이 더 이상 틈새가 아닌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반면 백화점 업계는 고소득층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점포의 VIP 고객 매출 비중은 이미 40~50% 수준에 이르렀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VIP 매출 비중이 52%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겼고, 연간 구매액 1억 원 이상 고객을 위한 최고 등급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역시 최상위 고객을 위한 등급과 전용 서비스, 프리미엄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명품 매출도 꾸준히 증가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백화점 명품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백화점 점포 수는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었고, 일부 점포는 연매출 3조 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득 격차 확대와 맞물려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하위 20%의 10배를 넘는 수준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저소득층보다 높아지면서 소비 여력의 차이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도 소비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층과 1인 가구 비중이 늘면서 가격 중심의 소비는 더욱 확대되는 반면,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은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프리미엄 소비를 이어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간 가격대 소비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패션과 생활소비재 업종에서는 중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며, 유통사들도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와 점포를 정리하는 대신 핵심 점포 리뉴얼과 초저가·프리미엄 전략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양 끝으로 쏠리면서 중간 가격대 상품의 입지가 크게 줄었다”며 “초저가나 프리미엄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소비 양극화가 장기화될 경우 전체 소비 규모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