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취약계층 채무조정 확대…원금 5000만원까지 95% 탕감 가능

청산형 채무조정 기준 1500만원→5000만원 상향…연간 수혜자 2만명으로 확대 전망

정부가 취약계층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한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를 대폭 확대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이 일정 기간 성실 상환할 경우 잔여 채무를 면제해주는 이 제도의 지원 대상 채무 원금 기준이 기존 15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상향될 예정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의 개선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신용회복 지원협약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협약에 참여한 약 700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당국은 이달 중순까지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청산형 채무조정은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통해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은 취약계층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상에는 기초생활수급자, 70세 이상 고령자, 중증장애인, 가족의 채무를 상속받은 미성년자 등이 포함된다. 채무 조정 이후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간 성실히 상환하면 나머지 채무는 전액 면제되는 구조다. 원금 기준으로 보면 전체 채무의 약 5%만 상환하면 채무를 정리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는 채무 원금이 15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최대 75만원을 3년에 걸쳐 상환하면 나머지 1425만원이 탕감됐다. 그러나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지원 기준이 5000만원으로 확대돼, 원금 5000만원의 채무자는 250만원만 갚으면 나머지 4750만원을 면제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준 완화로 정책 수혜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간 약 5000명 수준인 청산형 채무조정 이용자는 제도 개선 이후 연간 2만명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포용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협약 개정이 무난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원 기준이 3000만원 수준으로 조정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최종적으로 5000만원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기존 채무조정 정책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과다. 지난해 10월 도입된 ‘새도약기금’ 역시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취약계층 채무를 정리해주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채무 원금이 5000만원에 달하더라도 현재는 질병, 고령, 장애 등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취약계층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정 수준의 경제활동을 했더라도 현재 생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성실 상환을 조건으로 재기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채무조정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채무를 성실히 상환해 온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 향후 채무 상환에 대한 경각심 약화 가능성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일정 기간 성실 상환이라는 조건을 엄격히 유지해 제도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취약계층 중에서도 실제로 상환 의지를 보인 차주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3년간 꾸준히 상환한 경우에만 채무를 정리해주는 만큼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마케팅저널 이채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