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남짓한 소규모 제조 공장의 일과는 작업자들이 퇴근 직전 휘갈겨 쓴 '작업 일보' 종이를 사무실 책상에 쌓아두는 것으로 끝이 난다. 종이 위에는 어떤 자재를 얼마나 썼고, 불량이 몇 개 났으며, 기계를 몇 시간 돌렸는지가 대략적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사무 담당자가 다른 업무에 치여 이 종이 뭉치를 엑셀에 입력하는 작업은 며칠씩 뒤로 밀리기 일쑤다.
며칠 뒤 기름때 묻은 종이의 악필을 해독하려다 보면 숫자는 헷갈리고, 작업자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진 뒤다. 결국 적당히 수치를 짐작하여 끼워 맞추게 되며, 이렇게 오염된 데이터로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진짜 얼마의 비용이 들었는지 정확한 원가를 도저히 계산할 수 없다. 밑지는 장사를 하면서도 그 사실조차 모르는 치명적인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수기 일보의 늪에서 빠져나와 실시간 원가를 파악하기 위해 수천만 원짜리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당장 도입할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식당 영수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지출 내역 앱에 금액과 상호명이 자동으로 입력되듯, 현장의 작업 일보 역시 무료 AI 도구를 통해 텍스트로 자동 변환할 수 있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나 음성 인식(STT) AI는 이미 스마트폰 안에 무료로 내장되어 있다. 작업자가 펜을 들고 종이에 적는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거나 말로 떠드는 것만으로도 데이터를 디지털 화상이나 텍스트로 전환해 주는 훌륭한 서기가 되어준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사업장이라면 거창한 입력 프로그램을 버리고 구글 스프레드시트(Google Sheets)와 스마트폰 카메라를 연결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부터 써야 한다. 작업자가 퇴근 전 수기로 작성한 일보를 스마트폰으로 반듯하게 촬영하여 지정된 클라우드 폴더나 메신저 방에 올리도록 규칙을 정한다.
이후 챗GPT(ChatGPT)나 구글 제미나이(Gemini) 같은 범용 AI에 이 이미지를 넣고 "사진 속 작업 시간과 자재 사용량만 표로 정리해 줘"라고 명령하면 엑셀에 붙여넣을 수 있는 데이터가 순식간에 추출된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현장 소음이 적은 곳에서는 작업자가 스마트폰 마이크를 켜고 "오늘 A제품 100개 생산, 불량 2개, 작업 시간 8시간"이라고 말하게 하여 음성 기록을 곧바로 텍스트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물론 이 자동화 과정이 처음부터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굴러가지는 않는다. 악필이 심한 작업자의 글씨는 AI가 엉뚱한 숫자로 오독하기 십상이며, 기계 소음이 심한 현장에서는 음성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도입 초기에는 관리자가 원본 사진과 AI가 변환한 텍스트를 일일이 대조하며 오타를 수정해야 하므로, 수작업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피로도가 높다고 느낄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이 안착하고 AI의 인식 패턴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이러한 이중 작업의 번거로움을 경영진이 묵묵히 감수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원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산화하는 것은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완벽한 시스템 세팅을 기다리느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공장에서 가장 자재비가 많이 드는 핵심 제품 라인 단 한 곳을 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당 라인의 작업자에게 퇴근 전 작업 일보를 스마트폰으로 선명하게 촬영하여 사내 메신저 방에 전송하는 것만을 지시하라. 이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종이에 갇혀 있던 공장의 원가를 실시간 데이터로 탈바꿈시키는 진짜 AX의 시작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