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지목돼 온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30년 만에 전면 재설계한다. 오랜 기간 축적한 전문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실제로 승계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리되, 제도 취지에서 벗어난 과도한 지원은 걷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업' 승계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가업상속공제 제도 전반을 손질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이번 개편안은 입법예고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되며, 2027년 7월 1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된다.
개편안의 출발점은 '가업'의 정의 신설이다. 정부는 가업을 '전문 기술, 경영상 노하우 보유 기업'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특허권, 산업기술, 숙련기술, 영업비밀 및 유사 기술·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 이에 해당하며, 프랜차이즈나 임대수입 등 부동산 관련 수입이 주된 소득인 경우는 제외된다.
공제 대상 업종도 정비됐다.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727개 업종(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기준)을 선정해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상향 입법했다. 마트, 버스·택시 운송업, 주차장업, 창고업, 병원, 약국 등은 주요 제외 업종에 포함됐다. 다만 백년소상공인이나 명문장수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은 업종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적용 요건과 사후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는 가업의 정의에 해당하는지를 민·관 심사위원회가 심사·승인한 경우에 한해 공제가 허용된다.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은 현행 1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상속 이후 사후관리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업종 변경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면 허용된다.
혜택 수준은 장수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공제한도는 '피상속인의 경영연수 × 20억원'으로 산정하며, 최대 공제한도를 현행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다. 토지에 대한 공제는 건축물 바닥면적의 3~7배에서 2~3배로 축소하고, 1㎡당 1,000만원의 면적당 공제한도를 신설했다.
정부는 가업승계가 아닌 제3자 사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과세특례도 신설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20년 이상 경영한 60세 이상 최대주주가 사업을 넘기면 매도자는 양도소득세를 20% 감면받는다. 같은 업종을 10년 이상 경영했거나 해당 기업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 등 매수자는 5년간 소득세·법인세를 10%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 기술과 노하우 승계라는 제도 취지는 살리되, 제도를 악용한 상속세 회피는 방지하고 과도한 지원은 적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e마케팅저널 정다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