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이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중소규모 제조 현장과 유통 창고는 딜레마에 빠진다. 물건을 적게 만들어 품절 사태를 겪으면 굴러들어 온 매출을 발로 차버린 격이 되고, 반대로 넉넉하게 생산해 창고에 쌓아두면 고스란히 악성 재고가 되어 회사의 자금줄을 말려버린다.
결국 5명에서 50명 남짓한 현장에서는 수십 년간 현장을 지킨 공장장이나 영업 담당자의 직관, 즉 ‘감(感)’에 의존해 이번 달 생산량과 발주량을 결정한다. 하지만 담당자가 퇴사하거나 시장 트렌드가 급변하는 순간, 개인의 감에 의존하던 시스템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이는 주먹구구식 아날로그 관리의 명백한 한계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돌파구는 과거의 기록을 활용하는 기업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에 있다. AX 기반의 수요 예측은 복잡한 수식이 아니라, 일기예보와 같은 원리이다. 기상청이 과거 수십 년간의 온도, 습도, 바람 방향을 학습하여 내일의 비 올 확률을 맞추듯, AI에게 우리 회사의 과거 판매 기록을 학습시켜 다음 달 특정 제품이 몇 개나 팔릴지 예측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로는 도저히 짚어낼 수 없는 요일별 판매 패턴, 날씨와의 상관관계, 특정 시기의 급증 요인을 기계가 대신 찾아내어 적정 생산량을 제시한다.
거창한 전사적 시스템(ERP)을 구축할 자본이 없는 현장에서는, 지금 당장 컴퓨터 바탕화면에 굴러다니는 엑셀 파일부터 정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AX 시작점이다. 수천만 원짜리 예측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 없이, 최근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잘 정리된 엑셀 파일만 업로드해도 훌륭한 수요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월별 판매량, 날짜, 상품명 정도만 기재된 엑셀 데이터를 AI에게 쥐여주고 "내년 1분기 핵심 상품의 예상 판매량과 적정 안전 재고를 계산해라"라고 지시하기만 하면 된다. 과거에는 통계 전문가가 며칠을 매달려야 했던 예측값이 단 몇 분 만에 도출된다.
하지만 이 모든 마법 같은 일에도 치명적인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데이터의 품질이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규칙은 AI의 세계에서 절대적이다. 엑셀 파일에 상품명이 중구난방으로 기록되어 있거나, 반품 내역이 제대로 차감되어 있지 않다면 AI는 완전히 빗나간 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화려한 기술에 눈이 멀어 덜컥 솔루션부터 결제하기 전에 뼈를 깎는 기초 공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요 예측의 첫걸음을 떼고 싶다면, 오늘 당장 해야 할 명확한 행동은 하나다. 창고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핵심 품목 3가지를 선정하고, 지난 1년간의 엑셀 장부에서 해당 품목의 명칭과 규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통일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