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창고의 현실은 대부분 비슷하다. 급하게 생산 라인에 투입해야 할 부품을 찾느라 온 직원이 창고를 뒤집어엎고, 정작 구석에서는 언제 입고되었는지 모를 악성 재고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다.
매월 말 장부를 맞추며 수작업으로 재고 조사를 진행하지만, 다음 날이면 다시 입출고 내역이 누락되어 장부와 실재고가 어긋나기 일쑤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바코드 기반의 재고 관리 시스템(WMS) 도입은 10~20명 남짓한 소규모 사업장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결품과 악성 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창한 자동화 설비가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이미 현장 작업자들의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시각 AI(Vision AI)나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결합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현장 데이터 수집 도구가 된다.
과거에는 수기로 입출고 대장에 품목과 수량을 적고 사무실에서 엑셀로 다시 옮겨야 했다면, 이제는 납품 명세서나 재고 현황판을 사진으로 찍는 것만으로도 AI가 텍스트를 추출해 클라우드 스프레드시트에 자동으로 정리해 주는 시대다.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현장이라면 복잡한 솔루션 대신 이처럼 단순한 접근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매일 들어오는 자재의 수기 거래명세서나 송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여 지정된 폴더에 올리도록 규칙을 정해보자. 이후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 도구를 연동해 두면, 이미지에서 품목과 수량 등 핵심 데이터만 뽑아내어 일일 입고 대장을 자동으로 완성하게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부품이 담긴 선반을 퇴근 전 주기적으로 촬영해 이미지 분석 AI로 대략적인 수량 증감을 파악하고 발주 시점을 알림으로 받는 기초적인 모니터링 환경도 무료 도구들을 엮어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 데이터화가 처음부터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송장에 적힌 악필을 AI가 오독하거나, 창고의 어두운 조명과 흔들린 사진 탓에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도입 초기에는 오히려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며, 이는 현장 작업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기도 한다. 새로운 방식이 자리 잡고 AI가 패턴을 학습하기 전까지는 기존 수작업보다 확인 시간이 더 걸리는 과도기가 반드시 존재함을 경영진이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창고의 블랙박스를 걷어내는 일은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오늘 당장 전체 재고를 전산화하려는 무리한 욕심을 버리고, 가장 자주 결품이 나거나 단가가 높은 핵심 자재 단 한두 가지만 선정해 보자. 그리고 매일 퇴근 전, 해당 자재가 놓인 선반의 상태나 수기 입출고 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특정 메신저 방이나 폴더에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작은 데이터의 누적이 낭비를 막고 수익을 지키는 현장 맞춤형 AX의 진정한 첫걸음이다.
[※ 칼럼의 그림 및 도표는 AI 활용하여 작성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