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은 운동을 쉬더라도 몇 달간 땀 흘려 노력하면 다시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력은 한 번 잃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Ohio)의 청각학 및 청력 손실 전문가인 발레리 파블로비치 러프(Valerie Pavlovich Ruff) 박사는 "한 번 가버린 청력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경고합니다. 흔히 청력 감퇴는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청각학계에서는 10대나 10세 미만 아동 등 점점 더 젊은 연령대에서 청력 손실 사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in Arizona)의 청각학자 제이미 보글(Jamie Bogle) 역시 어릴 때 귀 보호에 소홀했던 행동들이 누적되어 나이가 든 후 청력 문제로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고막을 지나 내이 깊은 곳에는 수천 개의 미세한 유모세포(hair cells)가 일렬로 늘어선 액체로 가득 찬 '달팽이관(cochlea)'이 있습니다. 소리가 압력파의 형태로 귀에 들어오면 이 미세한 털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흔들리며 전기 신호를 만들고, 이를 뇌가 소리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너무 큰 소리에 장시간 노출되면 마치 강풍이 부는 것처럼 이 유모세포들이 구부러지거나 부러지게 됩니다. 속눈썹과 달리 유모세포는 한 번 파괴되면 다시 자라지 않으며, 인간은 태어날 때 평생 사용할 유모세포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세포 손실은 영구적입니다. 청력 손실은 노년기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고 인지 능력 저하 및 치매와도 깊은 연관성을 보입니다.
라이브 음악 공연장은 대개 소리가 과도하게 증폭되어 있어, 약 10~15분만 노출되어도 내이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연 전체를 관람하려면 귀마개를 착용해야 하지만, 일반 폼(foam) 귀마개는 음악의 음질을 왜곡하므로 소리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볼륨만 낮춰주는 저렴한 '고충실도 귀마개(high-fidelity plugs)'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개인용 음향 기기 사용도 큰 문제입니다. 스웨덴의 9세 아동 대상 연구에 따르면 헤드폰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청력이 유의미하게 떨어졌으며, 전문가들은 전 세계 35세 미만 인구 중 무려 13억 5,000만 명이 조기 청력 손실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합니다.
잡초 제거기, 낙엽 송풍기, 잔디 깎이, 전기톱 등 일상적인 정원 가꾸기나 주택 보수 작업은 생각보다 소음이 매우 심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할 때는 귀마개나 귀덮개(earmuffs) 등의 귀 보호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소음을 감쇄해 주는 소음 감소 등급(NRR, Noise Reduction Rating)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날씨가 좋을 때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창문을 열고 달리는 행위 역시 바람 소리가 예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청력에 큰 대미지를 줍니다. 특히 바람 소리를 뚫고 라디오나 음악 소리를 무의식적으로 크게 키우기 때문에 청력에는 이중의 타격이 되며, 오토바이 운전자 역시 주변 교통 소리는 들을 수 있는 고충실도 귀마개를 착용해야 합니다.
귀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지나쳐 귀마개를 너무 자주 삽입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귀는 귀왁스(earwax, 귀지)를 이용해 귓구멍을 윤활하고 죽은 세포와 박테리아를 배출하는 자가 세척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말하거나 씹을 때 턱의 움직임에 따라 귀지가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려나옵니다. 하지만 면봉이나 귀마개를 귓구멍에 지속적으로 밀어 넣으면 귀지가 고막 쪽으로 압착되어 이물감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소리 전달을 가로막는 장벽을 형성해 귀가 먹먹해질 수 있으며 박테리아와 수분이 갇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일 밤 귀마개를 쓰는 것은 피해야 하며 귀지 뭉침이 의심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합니다.
그동안 정기적인 청력 검사는 대개 60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졌으나, 소음성 청력 손실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합니다. 30대나 그보다 젊은 연령대라도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 대화 내용을 따라가기 힘들다면 즉시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소음성 청력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는 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 이명(tinnitus) 증상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큰 소음에 노출된 후 귀가 자주 울리거나 아주 미세하게라도 말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청각 학자를 찾아 청력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소중한 청력을 오랫동안 지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국e마케팅저널 김수연 기자 |









